「붉은 손가락」을 읽었다.
「기린의 날개」, 「가면산장 살인사건」, 「라플라스의 마녀」에 이어 4번째로 접하는 히가시노 게이고 작가님의 작품이다. 기존에 읽었던 작품들에 두께가 얇아서 단편 소설인 줄 알았는데 손가락 한 마디만 한 두께의 책도 장편소설이라고 하나보다. 당직을 서면서 읽었는데 책을 다 읽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1시간 30분 정도. 몰입감이 장난이 아니다. 소설이 끝날 때까지 숨도 제대로 못 쉬고 그냥 읽기만 한 거 같았다. 추리 소설로서 접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 중에서 유일하게 범인을 알고 시작하는 작품이다. 하지만 그 덕분인지 사건을 감추려는 아키오 가족과 이를 맹렬하게 추적하는 가가 형사의 공방전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.
「붉은 손가락」에서 나오는 이 치밀한 공방전이 재미있는 까닭은 아무래도 읽는 사람들은 그 결말이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 일 것이다. 「붉은 손가락」을 읽으면서 나오는 아키오 일가의 토악질 나오는 악행들은 읽는 독자들에게 고구마 3,000개를 제공한다. 물 없이 말이다. 살인을 저지르고도 반성은커녕 현실을 부정하며 신경질을 부리는 아들 나오미, 아들만 어화둥둥 보살피는 오이디푸스적 어머니* 야에코, 그런 가족들을 신고하지 않는 아버지 아키오.
하지만 이 소설의 결말은 그런 고구마들을 한 번에 없애준다.
정의구현의 참 재미와 반전의 묘미를 함께 즐길 수 있다.
뒤에 숨겨진 반전은 「붉은 손가락」속 세 가정들을 통해 우리가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계기를 준다.
오래간만에 읽은 추리소설이라 그런지 더욱 재미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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